교토 재너두 리뷰 (손맛, 메트로바니아, 팔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도쿄 재너두를 플레이하다가 중간에 접었습니다. 팔콤 게임이라 믿고 샀다가 "이건 그냥 섬의 궤적 리소스 재탕 아닌가?" 싶은 생각에 컨트롤러를 내려놓은 것이 벌써 10년 전 일입니다. 그래서 교토 재너두가 발표됐을 때 솔직히 기대보다 의심이 먼저였습니다. 과연 이번엔 달라졌을까요?

손맛: 팔콤이 드디어 제대로 된 액션을 만들었다

교토 재너두의 전투 시스템에서 핵심은 장혼령구(소울 디바이스)입니다. 장혼령구란 각 캐릭터마다 고유하게 배정된 무기 개념의 전투 도구로, 단순히 무기 스탯 차이가 아니라 조작 방식 자체가 달라집니다. 공격 버튼과 강격 버튼의 조합에 따라 연계기가 달라지는 구조인데, 제가 직접 플레이해보니 이 부분이 생각보다 훨씬 깊었습니다.

특히 패리(Parry) 시스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패리란 적의 공격이 닿기 직전 타이밍에 방어를 입력해 공격을 튕겨내는 기술로, 성공하면 일섬이라는 강력한 반격기를 발동할 수 있습니다.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순간 화면이 일순 정지하며 큰 대미지가 터지는 연출은, 제 경험상 팔콤 게임에서 이 정도 손맛을 느낀 건 처음이었습니다. 기존 이스 시리즈가 스피드와 회피에 방점을 뒀다면, 교토 재너두는 읽고 치는 타격감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는 느낌입니다.

전투가 2D 횡스크롤에서 진행되다가 보스전이나 특정 이계 구간에 돌입하면 3D 공간으로 전환되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계(異界)란 현실과 분리된 별개의 차원 공간으로, 이 게임에서는 대미궁 내부의 특수 구역에 해당합니다. 전환 연출 자체는 꽤 시원시원하지만, 3D 전투로 넘어갔을 때 동료 AI가 확 무너지는 문제는 나중에 다시 짚겠습니다.

메트로바니아: 탐험의 구조는 맞는데, 공간이 좀 아쉽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구조적 변화는 메트로바니아 방식의 채택입니다. 메트로바니아란 특정 능력이나 아이템을 획득해야만 이전에 지나쳤던 막힌 구역을 열 수 있는 탐험 구조를 가리키며, 메트로이드와 캐슬바니아 시리즈에서 유래한 장르 용어입니다. 교토 재너두에서는 지, 용, 인이라는 3개의 파라미터를 올려 스킬 보드를 개방하면 대미궁의 새로운 구역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구조 자체는 팔콤의 어드벤처 파트와 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수업이나 아르바이트로 파라미터를 쌓고, 그걸로 던전을 더 깊이 탐험하는 흐름은 꽤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맵 자체의 규모가 아쉽다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건, 어느 정도 진행하면 "이 구역, 저번에도 왔던 데인데"라는 생각이 반복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환소 시스템도 걸림돌입니다. 환소란 대미궁 탐험 중 누적되는 수치로, 일정 이상 쌓이면 환소 중독 상태가 되어 더 이상 탐험을 진행하기 어려워지는 패널티 구조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탐험을 장려하는 게임인데 탐험을 너무 많이 하면 제재를 받는 구조라, 처음에는 의도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자동 탐색 기능으로 일정 보상을 얻을 수 있긴 하지만, 이 기능에 의존하게 되는 순간 게임의 핵심 재미인 탐험이 오히려 배경으로 밀려나버립니다. 과연 이 시스템이 꼭 필요했을까요?

팔콤: 캐릭터는 달라졌고, AI는 여전히 과제

주인공 카미야 레이는 팔콤 역사상 꽤 이례적인 캐릭터입니다. 게임 시작부터 돈을 훔쳐 달아나는 장면으로 등장하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능글맞은 수단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팔콤 주인공 하면 떠오르는 올곧고 정의로운 소년 이미지와는 결이 다릅니다. 궤적 시리즈 주인공들이 히로인 앞에서 쑥맥 리액션을 반복하던 것과 달리, 카미야 레이는 당당하게 역공을 치는 장면들이 꽤 많습니다. 제 경험상 팔콤 게임 주인공 중 이렇게 태도가 명확한 캐릭터는 처음이라 신선했습니다.

반면 동료 AI는 아직 숙제가 많습니다. 3D 전투에서 파티 전체가 함께 싸우는 구간이 있는데, 동료들의 행동이 공격할지 말지 수준에서 그칩니다. 일점사(적 한 명에게 공격을 집중하는 전술)나 역할 분담 같은 명령을 내릴 수 없어, 결국 플레이어가 혼자 다 처리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게다가 동료들의 전투 중 대사 패턴도 단조로워서, 같이 싸우고 있다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습니다.

어드벤처 파트의 교류 이벤트도 아쉬운 점 중 하나입니다. 캐릭터들과의 개별 이벤트가 대화로만 이루어진 경우가 많고, 이런 이벤트가 하루에 여러 개 쌓이다 보면 모바일 게임의 일일 퀘스트를 처리하는 느낌이 납니다. FP(우호도 포인트)를 소비해 연결되는 좀 더 긴 이야기 이벤트는 매력적이었는데, 그 앞에 쌓인 단순 대화 이벤트의 양이 너무 많았습니다.

팔콤 게임의 강점 중 하나가 서브 퀘스트를 통한 NPC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게임에서는 특히 아쉬움이 컸습니다. 서브 퀘스트가 아래 4종류로 고정되어 있고, 진행 방식도 항상 동일합니다.

  1. 소재 회수 퀘스트: 지정된 소재를 대미궁에서 수집해 오는 방식
  2. 적 섬멸 퀘스트: 특정 구역의 적을 정해진 수만큼 처치하는 방식
  3. 학생 구출 퀘스트: 대미궁에 갇힌 학생을 찾아 귀환시키는 방식
  4. 이계 파괴 퀘스트: 특정 이계를 탐험해 내부 핵심을 파괴하는 방식

구조가 단순한 덕분에 부담은 덜하지만, 반복을 거듭할수록 퀘스트를 받는 행위 자체가 의무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팔콤 공식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듯 팔콤은 캐릭터 서사와 서브 퀘스트 밀도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회사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장점이 많이 희석된 느낌입니다.

전망: 시리즈의 미래는 이번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교토 재너두는 약 30시간이면 클리어 가능한 볼륨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차 플레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어드벤처 파트의 반복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두 번째 플레이의 진입 장벽은 낮지 않을 것입니다. IGN Korea의 리뷰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어드벤처 파트와 액션 파트 사이의 밀도 불균형이 이 게임의 가장 큰 구조적 과제입니다.

흥미로운 건 게임의 방향성 자체는 맞다는 점입니다. 팔콤이 메트로바니아라는 장르를 선택한 것은 탐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고, 실제로 액션 파트의 완성도는 도쿄 재너두와 비교해 확연히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그 탐험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게임 안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환소 제한, 좁은 맵, 단조로운 기믹이 결합되면 메트로바니아 본연의 재미인 "저 막힌 곳을 언젠가 뚫겠다"는 기대감이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작품에서 팔콤이 이 구조를 어떻게 발전시킬지가 진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어드벤처 파트를 더 압축하고, 대미궁의 규모를 키우고, 동료 AI에 전술 명령 체계를 추가한다면 꽤 강력한 액션 RPG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정리하면, 교토 재너두는 완성된 게임이라기보다는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의 게임입니다. 액션의 손맛과 카미야 레이라는 캐릭터는 분명한 장점이고, 메트로바니아 구조의 도입 자체도 긍정적인 시도입니다. 다만 그 선택의 이점을 반감시키는 설계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아쉽습니다. 팔콤의 액션 RPG를 즐겨오신 분이라면 액션 파트만으로도 플레이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다음 재너두가 이 경험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지금은 그 기대를 품고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참고: https://kr.ign.com/kyoto-xanadu/15314/gyoto-jaeneodu-aenghwahwanmu-rib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