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 더 다크 에이지스 레벨레이션 (배경, 전투분석, 공략법)
둠: 더 다크 에이지스 본편을 클리어하고 나서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면, 레벨레이션 DLC는 그 안도감을 아주 빠르게 박살 냅니다. 제가 직접 악몽 난이도로 약 8시간 플레이해보니, 이건 단순한 추가 콘텐츠가 아니라 둠 전투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정의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둠 이터널이 그리웠던 분이라면, 지금 바로 읽어보셔야 합니다.
본편 이후 바로 이어지는 배경, 얼마나 알고 있어야 할까요
레벨레이션의 스토리는 본편 캠페인이 끝난 직후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시스템상으로는 DLC만 단독으로 실행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그렇게 하면 꽤 손해입니다. 서사 맥락보다 더 큰 문제는 전투 체계에 있습니다. 레벨레이션은 시작부터 플레이어를 가혹한 전장으로 밀어 넣는데, 본편에서 무기와 기술 조합을 충분히 익히지 않으면 첫 아레나부터 무참히 짓밟히게 됩니다.
제가 본편을 악몽 난이도로 완주하고도 레벨레이션 초반에서 계속 죽었을 때, 처음에는 그냥 손이 굳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이유는 달랐습니다. 레벨레이션은 본편 후반부에 해금한 모든 무기, 룬 개조, 기술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활용할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단순히 총 잘 쏘는 게임이 아니라, 전투 중 끊임없이 리소스 관리를 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아크바일(Arch-vile)이라는 적이 이번에 새롭게 등장합니다. 아크바일이란 기존 둠 시리즈에서 악명 높았던 악마로, 방해받지 않으면 끝없이 다른 악마들을 부활시키는 소환사 역할을 합니다. 이번 레벨레이션에서도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데, 겹겹이 쌓인 방어막을 먼저 부수지 않으면 소환을 막을 수 없는 구조라 주변 적들의 공세까지 동시에 막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제가 처음 이 녀석을 만났을 때 이미 화면이 악마로 꽉 찼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한 코스믹 엘리멘탈(Cosmic Elemental)이라는 신규 적도 등장합니다. 코스믹 엘리멘탈이란 공중을 자유롭게 비행하면서 다수의 소형 정령을 소환해 유도탄처럼 날려 보내는 원거리 견제 전문 악마입니다. 이 두 적이 동시에 나오는 전투에서는 우선순위 판단이 생존의 열쇠가 됩니다.
연옥(Purgatory)이라는 새로운 허브 지역도 눈에 띄는 요소입니다. 연옥이란 레벨과 레벨 사이를 연결하는 탐험 중심 공간으로, 전투 없이 퍼즐을 풀고 숨겨진 비밀을 찾을 수 있는 안식처 역할을 합니다. 피가 튀는 아레나 전투가 계속되다 이곳에 들어오면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 확실히 납니다. 새로운 능력을 얻고 돌아와 이전에 못 열었던 문을 여는 재미도 있어서, 저는 메인 레벨 공략 중간중간 자주 다시 들렀습니다.
체인 스피어와 대시, 전투를 어떻게 바꿔놓았을까요
레벨레이션의 핵심은 단연 체인 스피어(Chain Spear)입니다. 체인 스피어란 본편의 실드 소(Shield Saw)를 대체하는 보조 무기로, 적에게 창을 꽂은 뒤 스스로를 당겨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는 기동 무기입니다. 이 묘사만 들으면 둠 이터널의 슈퍼 샷건에 달려 있던 미트 훅(Meat Hook)이 바로 떠오를 겁니다. 미트 훅이란 갈고리를 발사해 적에게 걸고 빠르게 접근하던 이터널의 핵심 이동 기술인데, 체인 스피어는 거의 동일한 원리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같은 원리인데도 감각은 꽤 다릅니다. 이터널의 미트 훅이 순간 접근에 초점을 뒀다면, 체인 스피어는 날아가는 궤도 도중에도 방향을 조절할 수 있어서 적의 머리 위로 넘어가거나 옆으로 우회하는 등 창의적인 진입이 가능합니다. 제가 이 차이를 느낀 건 맨큐버스(Mancubus)를 상대할 때였습니다. 창을 꽂고 날아가면서 궤도를 틀어 측면에 착지한 뒤 바로 근접 공격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한 번 성공하고 나서는 계속 같은 방식을 쓰게 되더군요.
패링(Parrying) 시스템도 방패와는 다르게 작동합니다. 패링이란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반격 입력을 넣어 피해를 상쇄하거나 역공 기회를 만드는 방어 기술입니다. 방패는 타이밍이 조금 어긋나도 피해를 막아줬지만, 체인 스피어 패링은 정확한 타이밍에 맞부딪혀야만 합니다. 안전망이 없어진 셈인데, 이게 처음에는 극도로 불편했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성공했을 때의 쾌감이 배가됩니다.
그리고 대시(Dash)가 돌아왔습니다. 대시란 짧은 거리를 순간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회피 기술로, 이터널에서는 전투의 핵심 기동 수단이었습니다. 본편 더 다크 에이지스에서 이 기능이 빠지면서 불만이 많았는데, 막상 레벨레이션에서 되찾고 나니 그 빈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다시 실감했습니다. 이제 적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고, 엄폐물 뒤로 재빠르게 이동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전투 중 선택지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체인 스피어의 업그레이드 방향도 잘 설계되어 있습니다. 레벨레이션에서 획득할 수 있는 체인 스피어의 주요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 찌르기(Thrust): 강력한 근접 찌르기 공격으로, 맷집이 강한 근접 적에게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 공중 내려찍기(Aerial Slam):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공격으로, 업그레이드 시 폭발 범위 내 적에게서 체력 회복 아이템이 드롭됩니다.
- 투창(Javelin Throw): 원거리 투척 공격으로, 비행하는 적에게 치명적이며 업그레이드 후 맨큐버스의 장벽 투사체를 관통합니다.
이 구조가 이터널 방식과 닮아 있으면서도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터널은 특정 무기로 특정 적을 공략해야 했지만, 레벨레이션은 그 역할 일부를 체인 스피어 하나에 집약해 무기 교체 부담을 줄였습니다. 이 설계 덕분에 전투의 복잡도는 높이되 조작 피로는 다소 낮아진 느낌입니다.
다만 조작 체계 자체는 여전히 벅찬 면이 있었습니다. 방패와 체인 스피어의 패링 버튼이 다르고, 두 무기를 교체하며 쓰는 상황에서 몸이 기억하는 버튼이 꼬이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저는 체인 스피어를 들고 있으면서 무의식적으로 방패 패링 버튼인 우클릭을 눌러버려서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날아가는 실수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했습니다. 키 재설정이 가능하긴 한데, 워낙 기능이 많다 보니 모든 경우에 직관적인 배치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집과 클리어 이후,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을까요
캠페인 클리어만 놓고 보면 악몽 난이도 기준 약 8시간이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할 거리는 훨씬 많습니다. 마스터 키(Master Key)를 완성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2회차 콘텐츠가 열립니다. 마스터 키란 4개의 메인 레벨과 연옥 곳곳에 흩어진 보라색 문을 여는 데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메인 스토리 중에 조각을 수집해야 완성됩니다.
이 문을 열면 고난도 전투 시험과 신규 챌린지 룸이 등장하고, 체인 스피어와 방어구의 최종 업그레이드 트리를 해금할 수 있는 특수 재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클래식 둠 레벨까지 진입 가능한데, 여기서 93년형 샷건 부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 93년형 샷건이란 원작 둠의 샷건을 현재 게임 엔진 기반으로 강화 재현한 무기입니다. 오리지널 팬이라면 이 부분에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수집 요소는 이번에 한층 가혹해졌습니다. 수집품 근처를 지나가도 지도에 위치가 표시되지 않고, 직접 손에 넣어야만 체크 표시가 뜹니다. 그리고 캠페인 완주 전에는 이미 지나온 레벨로 되돌아갈 수 없고 특정 지점 간 빠른 이동도 불가합니다. 돌아올 수 없는 분기점을 지나쳐 수집품을 놓치면 엔딩까지 그냥 가야 합니다. 처음에 유물 조각을 하나 놓치고 한참 뒤에 알았을 때의 그 아득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이드 소프트웨어(id Software)의 싱글플레이어 FPS 설계 능력은 이번에도 업계 정상급임을 증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드 소프트웨어란 1991년 설립된 미국의 전설적인 게임 개발사로, 둠과 퀘이크 시리즈를 탄생시킨 1인칭 슈팅 게임의 원조 스튜디오입니다(출처: IGN 둠: 더 다크 에이지스 레벨레이션 리뷰 페이지). 전투 시스템 설계에서 레벨 구조, 적 디자인까지 일관된 완성도를 유지하는 방식이 단순한 DLC를 넘어 독립된 경험으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둠 이터널의 고대의 신들(Ancient Gods) DLC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밀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출처: IGN 코리아 레벨레이션 리뷰).
자주 묻는 질문
Q. 본편 둠: 더 다크 에이지스를 먼저 클리어해야 레벨레이션을 즐길 수 있나요?
A. 시스템상으로는 DLC 단독 진입이 가능하지만, 제 경험상 본편 완주 없이는 초반부터 거의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레벨레이션은 본편에서 모은 모든 무기와 업그레이드가 갖춰진 상태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그 준비 없이 들어가면 조작 숙련도와 장비 양면에서 상당히 불리합니다. 본편 악몽 난이도 클리어 경험이 있어도 초반이 쉽지 않을 만큼 요구 수준이 높습니다.
Q. 체인 스피어가 둠 이터널의 미트 훅과 얼마나 비슷한가요?
A. 기본 원리는 매우 유사합니다. 적에게 걸고 날아간다는 핵심 기동은 같지만, 체인 스피어는 날아가는 도중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미트 훅이 직선 접근에 가까웠다면, 체인 스피어는 경로를 바꿔 적 위나 옆으로 착지할 수 있어 전투 중 포지셔닝 선택지가 더 넓습니다. 이터널이 좋았던 분이라면 금방 익숙해질 겁니다.
Q. 수집품을 다 모으려면 공략을 봐야 할 정도인가요?
A. 솔직히 공략 없이 모든 수집품을 한 번의 플레이로 챙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지도에 위치가 표시되지 않고, 캠페인 완주 전에는 이전 레벨로 돌아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첫 플레이에서 유물 조각을 놓쳐 꽤 오랫동안 답답했습니다. 완벽 수집을 목표로 한다면 챕터별로 꼼꼼히 확인하거나 공략을 참고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Q. 악몽 난이도가 아니어도 레벨레이션을 충분히 즐길 수 있나요?
A.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체인 스피어와 대시의 조합이 주는 전투 쾌감은 난이도와 무관하게 경험할 수 있고, 오히려 낮은 난이도에서 먼저 기본기를 익히는 게 올바른 순서일 수 있습니다. 진입 장벽이 높은 게임이기 때문에, 첫 플레이에서 난이도를 낮추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레벨레이션은 둠 시리즈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이터널의 기동성과 더 다크 에이지스의 묵직함을 하나로 엮은 전투 설계는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두 요소의 장점만 골라낸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조작 진입 장벽은 분명 높지만, 그 벽을 넘고 나서 체인 스피어와 대시로 전장을 누비는 순간이 오면 다른 FPS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쾌감이 찾아옵니다. 본편을 즐기셨다면 레벨레이션은 망설이지 않고 추천합니다.
--- 참고: https://kr.ign.com/doom-the-dark-ages-revelations/15297/dum-deo-dakeu-eijiseu-rebelreisyeon-rib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