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 (전투설계, 그래픽, 프리퀄)

리메이크 게임을 고를 때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어차피 아는 스토리니까 좀 심심하겠지"라고 단정 짓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를 켜자마자 그런트에게 매그넘을 갈기는 순간 그 편견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25년 된 게임이 이렇게 여전히 찰지다는 게 오히려 문제였습니다. 정말로 "굳이 리메이크가 필요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도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헤일로 전투 설계, 25년이 지나도 왜 아직 재미있나

AI(인공지능) 행동 패턴이란 게임 속 적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헤일로가 이 분야에서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런트는 우왕좌왕 도망치고, 엘리트는 측면을 노리며, 헌터는 돌진과 방어를 반복합니다. 이 조합 하나로 매 교전이 달라집니다. 제가 직접 플레이해봤는데, 같은 구간을 세 번 반복해도 매번 전투 흐름이 다르게 펼쳐졌습니다.

샌드박스(Sandbox) 전투란 플레이어에게 고정된 해법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는 설계 방식입니다. 플라즈마 수류탄을 엘리트 방어막에 붙이거나, 워호그를 몰고 개활지를 질주하며 코버넌트를 밟아버리거나, 연료봉 건으로 밀집한 적을 한 번에 쓸어버리는 것 모두 이 샌드박스 설계 덕분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최신 FPS들이 유도 미사일처럼 플레이어를 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과 달리, 헤일로는 지금도 손에 쥔 무기와 지형만으로 상황을 해결하게 만듭니다.

전설 난이도에서 자폭 그런트 두 마리에게 동시에 치이면 게임 오버가 납니다. 짜증이 치솟지만, 다음번엔 먼저 플라즈마 권총으로 방어막을 먼저 벗겨내고 접근을 차단하게 됩니다. 이런 학습 구조가 2001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IGN의 헤일로 전투 설계 분석에서도 이 점을 핵심 유산으로 꼽고 있습니다.

캠페인 이볼브드에서는 원작에 없던 무기 몇 가지가 추가되었습니다. 에너지 검, 센티널 빔, 브루트 무기류가 대표적입니다. 처음에는 원작의 감성을 해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에너지 검으로 엘리트 무리에 돌진하다 보니 불만은 사라졌습니다. 전투의 변수가 풍성해졌고, 이것이 오히려 반복 플레이 욕구를 높여주었습니다.

언리얼 엔진 5 그래픽, 좋아졌는데 왜 어색한가

언리얼 엔진 5(Unreal Engine 5)란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차세대 게임 엔진으로, 루멘(Lumen) 글로벌 조명과 나나이트(Nanite) 지오메트리 시스템을 통해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을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는 이 엔진을 처음 적용한 헤일로 시리즈라는 점에서 기술적으로는 분명 주목할 만합니다.

제가 리뷰 전에 마스터 치프 컬렉션으로 원작을 다시 돌려봤는데, 비교가 확실히 됩니다. 아귀 임무에서 필라 오브 어텀의 갈라진 선체 틈으로 비쳐드는 석양은 실제로 감탄이 나왔습니다. 코버넌트와 플러드가 좁은 동굴에서 뒤엉킬 때 플라즈마 무기의 광원이 벽을 번쩍이며 비추는 장면도 원작에선 상상으로만 느꼈던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살려줬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어색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모든 표면이 광택제를 과하게 바른 것처럼 번쩍이는 느낌이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루멘 조명이 실내 금속 질감을 과도하게 반사시켜서 헤일로 특유의 묵직하고 낯선 분위기가 조금 희석된 느낌입니다. 2011년 애니버서리 에디션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버튼 하나로 구형 그래픽으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엔 그 기능이 없습니다.

또 일부 언리얼 엔진 5 게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TAA(시간 기반 안티 에일리어싱, Temporal Anti-Aliasing) 특유의 흐릿한 화질이 이 게임에서도 눈에 띕니다. TAA란 여러 프레임에 걸쳐 이미지를 누적해 계단 현상을 줄이는 기법인데, 빠르게 움직일 때 무기 모델링 주변이 기묘하게 번지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끄거나 DLSS로 대체하는 옵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리퀄 임무 3개, 사야 할 이유가 되는가

캠페인 이볼브드가 기존 마스터 치프 컬렉션과 차별화되는 가장 직접적인 근거는 새롭게 추가된 프리퀄(prequel) 임무입니다. 프리퀄이란 본편 스토리보다 이전 시점을 다루는 선행 서사를 뜻합니다. 이번 세 개의 임무는 원작 헤일로: 전쟁의 서막보다 1년 전, 마스터 치프와 존슨 하사가 팀을 이뤄 코버넌트 함선에 억류된 UNSC 해병을 구출하는 작전을 그립니다.

제 경험상 이 임무들의 완성도는 기대보다 무난한 수준이었습니다. 혁신적인 레벨 디자인은 아니지만, 헤일로 특유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서 팬이라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함선 내부의 금빛 고급 객실 복도는 데스티니의 레이드를 연상시키는 레트로 퓨처리즘(retrofuturism) 감성이 있었습니다. 레트로 퓨처리즘이란 과거의 시각으로 상상한 미래 미학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화려하되 기계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분위기입니다.

신규 적으로 등장한 브루트의 가슴에는 분노 칩이 달려 있습니다. 이 칩을 쏴서 부수면 브루트가 광분 상태에 빠져 아군 그런트까지 공격합니다. 제가 이걸 처음 발견했을 때 의도적으로 써먹었는데, 밀집한 코버넌트 무리 한가운데에 광분 브루트 하나를 풀어놓으니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런 작은 메커니즘 하나가 전투의 재미를 끌어올립니다.

공중전 구간도 짧게 등장합니다. 세라프(Seraph)란 코버넌트의 전투기형 항공기를 뜻하는데, 이걸 직접 몰고 우주 공간에서 교전을 벌이는 장면은 헤일로 캠페인에서 보기 드문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달아오를 찰나에 구간이 끝나버렸습니다.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전체 플레이타임은 약 2시간 내외로, 본편 캠페인과 합치면 볼륨 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헤일로 프리퀄 임무에서 눈에 띄는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마스터 치프와 존슨 하사의 투샷을 본편보다 오래 볼 수 있어 팬 서비스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습니다.
  2. 브루트 분노 칩 메커니즘이 기존 코버넌트 전투에 없던 변수를 추가합니다.
  3. 야외 개활지 구간이 프리퀄 서사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헤일로 특유의 탁 트인 교전을 그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4. 세라프 공중전은 짧지만 분위기 전환 효과가 뚜렷합니다.
  5. 코버넌트라는 집단의 내부 구조에 대한 소소한 단서가 추가되어 세계관 이해를 조금 넓혀줍니다.

전망: 헤일로 스튜디오가 이 게임으로 보여주려 한 것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는 스스로가 테스트 버전임을 감추지 않습니다. 헤일로 스튜디오가 언리얼 엔진 5로 이전하면서 파이프라인(pipeline), 즉 개발 공정 전반을 새 엔진 기반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의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비교적 단출한 패키지로 나온 이유가 이해됩니다.

멀티플레이어가 빠진 점은 저도 아쉽게 느꼈습니다. 헤일로 시리즈에서 PvP 멀티플레이어는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정체성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캠페인만으로 구성된 이번 패키지는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뭔가 비어있는 느낌을 줍니다. 헤일로 공식 웨이포인트를 보면 향후 시리즈 방향에 대한 공식 업데이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캠페인 이볼브드가 단독으로 완결된 작품이라기보다 더 큰 계획의 시작점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미 마스터 치프 컬렉션이 건재한 상황에서 이 게임을 구매해야 하는 대상은 사실 꽤 명확합니다. 원작 감성은 어느 정도 내려놓고, 현대 엔진으로 다듬어진 헤일로를 신선하게 즐기고 싶은 팬, 또는 협동 플레이를 통해 캠페인을 처음 접하는 신규 유저에게 적합합니다. 반면 이미 마스터 치프 컬렉션을 플레이한 팬이라면, 이 게임이 주는 새로움의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는 마스터 치프 컬렉션과 뭐가 다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언리얼 엔진 5로 완전히 새롭게 제작된 그래픽과 세 개의 신규 프리퀄 임무입니다. 전력 질주, 장비 인벤토리, 추가 무기 등 게임플레이 일부도 변경되었습니다. 다만 핵심 스토리와 레벨 구조는 원작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기대하면 다소 아쉬울 수 있습니다.

Q. 헤일로를 처음 접하는 신규 플레이어에게도 추천할 만한가요?

A. 입문작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와 직관적인 전투 설계 덕분에 FPS 장르에 익숙하다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다만 헤일로 시리즈의 멀티플레이 경험까지 원한다면 마스터 치프 컬렉션을 병행하는 편이 낫습니다.

Q. 해골(Skull) 시스템이 실제로 플레이에 변화를 주나요?

A. 생각보다 체감이 큽니다. 근접 처치로만 방어막을 충전하는 조건이나, 등장 적과 무기를 무작위로 바꾸는 리믹스 모디파이어는 완전히 다른 게임처럼 느껴질 정도로 전투 흐름을 뒤흔듭니다. 캠페인을 한 번 클리어한 뒤 해골을 조합해서 다시 도전하면 다회차 플레이 욕구가 생깁니다.

Q. 언리얼 엔진 5로 넘어가면서 성능 문제는 없나요?

A. 일부 언리얼 엔진 5 게임 특유의 TAA 흐릿함과 빠른 이동 시 무기 모델링 주변의 번짐 현상이 눈에 띄었습니다.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신경 쓰이는 분이라면 설정을 조절해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전반적인 프레임 안정성 자체는 무난한 편이었습니다.

Q. 협동 플레이는 원활하게 지원되나요?

A. 네, 본편과 프리퀄 임무 모두 협동 플레이가 지원됩니다. 해골 시스템을 켠 채로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면 단독 플레이와는 전혀 다른 아수라장 협동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PvP 멀티플레이어가 없는 빈자리를 협동 캠페인이 어느 정도 채워줍니다.

헤일로: 캠페인 이볼브드는 "원작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새 엔진으로 다시 증명한 게임입니다. 25년 된 전투 설계가 오늘날에도 통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분이라면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헤일로의 감각을 현대적으로 다시 느끼고 싶은 팬이라면 프리퀄 임무와 해골 시스템을 결합한 플레이로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헤일로 스튜디오의 다음 작품이 이 경험을 어디까지 발전시킬지, 그 기대감이 이번 게임이 남긴 가장 큰 여운입니다.

--- 참고: https://kr.ign.com/halo-campaign-evolved/15393/heilro-kaempein-ibolbeudeu-ribyu